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기술자 그 이상입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도 고객의 취향을 기억하고, 다양한 커피 메뉴를 정확하게 만들어내며,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등 다방면에서 섬세함과 집중력을 요구받는 직업입니다. 특히 매장의 오픈과 마감, 정기적인 청소와 장비 점검까지 하루 일과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체계적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엔 단순히 커피를 만들고 손님을 응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리스타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실질적인 업무와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바리스타의 일과: 오픈 준비와 아침 시간대 업무
하루의 시작은 매장 오픈 준비로부터 시작됩니다. 보통 오전 6시 30분~7시 사이에 출근하여 매장 내부를 청소하고, 머신 예열과 필터 교체, 우유와 시럽, 소모품 등을 체크하는 것이 첫 업무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예열 시간만 15~20분이 걸리기 때문에 출근 즉시 전원을 켜는 것이 중요하며, 그라인더 테스트를 통해 원두의 분쇄도와 추출 시간을 점검합니다. 특히 첫 추출은 ‘테스트 샷이라 불리며, 이 샷을 통해 오늘 사용할 원두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시 분쇄도를 미세 조정합니다.
음료에 사용할 우유도 신선도를 확인하며, 데우는 온도와 스티밍 상태가 균일한지 점검합니다. 오픈 전까지는 디저트와 토핑류, 포장 용기 정리, POS 시스템 확인 등도 병행되며, 이 모든 과정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전 준비입니다.
오전 8시 이후 본격적인 출근 시간대가 시작되면, 테이크아웃 손님이 급증하며 빠르고 정확한 추출이 요구됩니다. 이 시간대는 바리스타의 집중력과 속도, 그리고 팀워크가 절실히 요구되는 구간으로, 수십 잔의 커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도 미소와 인사로 고객 응대를 놓쳐선 안 됩니다.
바리스타의 일과: 점심 이후 브레이크타임과 장비 관리
점심 시간 이후인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는 비교적 손님이 줄어드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브레이크타임이라 불리며 바리스타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이자, 기계와 도구를 정비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브레이크타임 동안 바리스타는 우유 스티머의 노즐을 세척하고, 커피 추출기 내부를 분해하여 백플러싱(backflushing)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는 머신 내부에 쌓인 오일과 잔여물을 제거하여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또한 이 시간에는 그라인더 내부 청소, 컵워머의 정리, 테이블 위 위생 상태 점검 등 매장 청결 유지에도 힘씁니다.
어떤 매장에서는 이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음료나 시즌 메뉴 테스트도 진행되며, 이는 바리스타의 창의성과 커피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의 경우, 이 시간에 cupping(커핑)을 하거나 원두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며, 팀 내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공유하는 문화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브레이크타임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닌, 커피 품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숨은 준비 시간입니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시간에도 바리스타의 손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일과: 마감 준비와 폐점 후의 정리 업무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퇴근하는 손님들과 저녁시간 손님들이 섞이기 시작하며, 이때 바리스타는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테이블 정리, 주문 마감, 잔여 재료 확인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영업 종료 30분 전부터는 마감 준비가 시작됩니다. 마감 업무는 오픈 준비보다 훨씬 체계적이며, 하루 동안 사용한 모든 기기를 다시 정비하고,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선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노즐, 그룹헤드, 포타필터 등을 세척하고, 탈착 가능한 부품은 모두 분리해 따로 씻고 건조시킵니다. 유제품을 사용한 피처나 텀블러는 세제 세척 후 고온 소독을 거치며, 카운터와 작업대, 싱크대 주변까지 모두 닦아야 합니다. 또한 POS 시스템을 마감 정산하고, 익일 사용할 원두의 양과 물품 재고를 확인해 발주서를 작성합니다.
이 모든 업무가 끝나는 시간은 보통 오후 9시~10시 사이로, 하루 12시간 가까이 매장을 지키는 바리스타의 체력과 인내는 상상 이상입니다.
마감은 단순히 하루를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다음 날 더 나은 하루를 준비하는 출발점입니다. 철저한 정리정돈은 고객에게 깨끗하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이자, 바리스타로서의 책임감과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